"그러나 잘 생각해 보라구. 조건은 모두 같은 거야. 고장난 비행기에 함께 탄 것처럼 말이야. 물론 운이 좋은 녀석도 있고, 운이 나쁜 녀석도 있겠지. 터프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약한 녀석도 있을 테고,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남들보다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은 아무데도 없다구. 모두가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으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녀석은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가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 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라구.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 안그렇나? 강한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다구.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후기-
'데레크 하트필드'라는 작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소설따위는 쓰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가 나아간 길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었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고등학생 때, 고베의 고서점에서 외국 선원이 놓고 간 듯한 하트필드의 페이퍼백을 몇 권 한꺼번에 산 적이 있다. 한 권에 50엔이었다. 만일 그 곳이 책방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낡은 물건이었다. 화려한 표지는 거의 떨어져 나갔고, 종이는 오렌지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아마도 화물선이나 구축함의 하급 선원의 침대 위에 얹혀진 채 태평양을 건너고 그리고 까마득히 먼 시간의 저편에서 내 책상 위로 왔을 것이다.
몇 년인가 후에 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로지 하트필드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한 짧은 여행이었다. 무덤이 있는 곳은 열렬한(그리고 유일한) 하트필드 연구가인 토머스 맥클루어 씨가 편지로 가르쳐 주었다. 그는 편지에 "하이힐의 뒤축만큼이나 조그만 무덤입니다. 못 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하십시오"라고 썼다. 뉴욕에서 거대한 관 같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오하이오주의 그 작은 마을에 도착한 건 아침 일곱 시였다. 나말고 그 마을에서 내린 승객은 한 사람도 없었다. 마을보다도 넓은 묘지였다. 내 머리 위에서는 종달새 몇 마리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트필드의 무덤을 찾는 데는 꼭 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주위의 초원에서 꺾은 먼지투성이의 들장미를 바치고 나서 무덤을 향해 합장하고 그 곳에 주저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5월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에서는 삶도 죽음과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는 드러누워서 눈을 감고 몇 시간 동안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이 소설은 그런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디에 도달했는지 나도 모른다. "우주의 복잡함에 비하면 우리의 세계따위는 지렁이의 뇌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트필드는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나도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트필드의 기사에 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맥클루어 씨의 역작, <불임의 별들의 전설>(1968)에서 몇 군데 인용했을 밝힌다. 감사드린다.
-1975년 5월 murakami har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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